365일 가운데 허락된 외출. 낮에는 날카로운 뙤약볕 피해 바다에 풍덩하고, 밤에는 반짝반짝 하늘의 별을 헤며 잠이 든다. 휴가의 끝을 멋진 숙소에서 마무리한다면 더 없이 완벽하리라. 단순히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닌, 휴식을 취하며 감성까지 충전할 수 있는 인천의 ‘쉴 곳’으로 간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매료 37.5, 정정훈 자유사진가
섬에 핀 도심의 감성, 매료 37.5
영종도 삼목선착장. 이곳은 휴가철이면 바다 건너 북도면으로 가려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선다. 기다림 끝, 핸들을 잡고 배 위로 미끄러지는 순간 조급했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진다. 청량한 빛깔로 도배한 세상. 섬은 바다는 그렇게 늘 여행자를 두근거리게 한다.
뱃길로 고작 10분 왔을 뿐인데, 이곳 신도에서는 고요한 풍경과 함께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그 안에서 만난 펜션 ‘매료 37.5’는 다소 뜻밖이다. 소박하고 목가적인 풍경 한가운데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공간. 젊은 주인 전용주(30)씨는 이 년 전 서울 강남에서 이 작은 섬으로 와 펜션터를 잡았다. 도시 한복판에서 나고 자라 자연이 늘 그리웠던 그다. 섬 주민들은 모두들 떠나는 섬에 젊은이가 들어왔다며 기특해 했지만,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신도의 매력에 도심의 감성을 덧입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머무는 곳에, 바다 스며들다
건축학도였던 그는 간결한 디자인과 건축을 모토로 이 년 여에 걸쳐 손수 펜션을 지었다. 특히 펜션 바로 앞에 있는 바다를 머무는 곳까지 스며들게 했다. 펜션에서는 여섯 개 객실을 비롯해 수영장, 카페 어디에서든 바다가 와이드스크린으로 펼쳐진다. 그 가운데 복층으로 된 객실은 한쪽 벽면 전체가 창문으로 되어 있어 바다를 한껏 품을 수 있다.
“사람들은 섬과 바다를 늘 그리워해요. 그런 면에서 서울에서도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신도는 고맙고 매력적인 존재죠. 그 섬 안에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을 실현시킬 집을 지은 거죠.”
매료 37.5는 단순히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닌, 감성을 더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섬의 품에 안겼다. 바다 부럽지 않은 넓은 야외수영장, 도심에서 고스란히 옮겨 온 듯한 북카페, 여행의 추억을 아로새기는 스튜디오 등은 이곳을 더 특별하게 하는 요소. 오는 9월에는 세계적인 트렌드인 글램핑(Glamping)장을 인천 최초로 열 계획이라니, 땀과 열정으로 육지사람들을 섬으로 이끌어 주는 그가 고맙다.
여름날의 다디단 휴식
여행지에서의 아침, 따듯한 커피와 와플이 정성스레 차려진 브런치는 기대치 않은 행복이다. 한여름의 다디단 휴식이, 사르르 녹아 입 안 꽉차게 번진다.
섬은 세 개의 섬을 하나로 이어도 아담하지만 모두 둘러보면 하루해가 짧다. 푸른 물결이 저 멀리 밀려가면 그 자리엔 진회색 융단이 펼쳐진다. 친절하게도 펜션에서 장화와 작은 삽을 빌려주어 맑고 순수했던 그때로 돌아가 한참을 놀 수 있다. 펜션 바로 옆에 있는 구봉산은 숲이 울울해도 산세는 나지막해 여유롭게 걷기 좋다. 20여 분을 오르면 벌써 정상.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잔잔히 아름답다. 해안을 따라 갯벌이 이어지고 그 사이 시골마을의 평화롭고 서정적인 기운이 흐른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다리 건너 섬을 둘러봐도 좋다. 시도에는 수기해변이, 모도에는 조각가 이일호의 조각공원을 품은 배미꾸미해변이 그림처럼 내려앉았다.
휴가지에서의 시간은 한가한 듯 빠르기도 하다. 어느덧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그라진다. 침대에 누우니 천장에 난 작은 창문 사이로 바람이 솔솔 별들이 반짝 한다. 하늘에 뜨는 별은 육지나 섬이나 똑같겠지만, 인공적 불빛이 미처 다다르지 못하는 바닷가 집에서 보는 별은 훨씬 총총하다. 마음으로 깊고도 청량한 숨을 쉬며, 내일의 여행을 준비한다.
'매료 37.5' 포인트 바다가 보이는 객실과 수영장, 개별 노천 하노키탕, 바비큐 시설, 북카페, 스튜디오
매료 37.5는 커플 펜션으로, 37.5은 신도의 위도이자 미열로 달구어진 사랑에 빠진 체온을 의미한다. 이곳은 한창 사랑을 불꽃처럼 피워 올리는 이들에게도, 삶도 사랑도 한 박자 천천히 가야 할 오래된 부부에게도 로맨스를 선사한다.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신도리 168 www.themaeryo.com
신도·시도·모도에 왔다면, 꼭 들릴 것!
푸른벗말 신도 저수지 신도3리 푸른벗말에 가면 고즈넉한 정취의 저수지가 펼쳐진다. 잔잔한 수면 위로 나무 데크가 길게 이어져 있고 곁에 야생화와 수변 식물들이 싱그럽게 자란다. 바로 앞에는 푸른벗말체험장이 있다. 752-8885
드라마 촬영지와 수기해변 시도는 드라마 촬영장소로 잘 알려져 있는 데 지금은 ‘연인’ 세트장만 볼 수 있다. 수기해변에 있는 드라마 ‘풀하우스’ 세트장은 작년 태풍에 무너지고 가까이 ‘슬픈연가’ 세트장은 내부공사로 밖에서만 눈에 담을 수 있다. 안타까운 마음은 수기해변 소나무 숲 아래서 망중한을 즐기며 바닷바람에 날려 보낸다.
배미꾸미 조각공원 두 번째 다리를 건너면 모도. 이 섬에는 조각가 이일호의 배미꾸미 조각공원이 있다. 휴머니즘과 에로티즘을 넘나드는 작품이 해변과 어우러져 묘묘한 분위기를 퍼트린다. 작업실을 개조한 카페에서 차나 식사를 즐겨도 좋다. 여름 별미로 깔루아 아이스커피가 있고 식사로는 해초 비빔밥이 별미다. 752-7215
북도양조장 여행지에서의 저녁은 갓 따온 채소에 지글지글 바비큐가 제격. 여기에 북도양조장에서 빚은 도촌 막걸리를 곁들이면 말이 필요 없다. 배덕희(83) 할머니는 40여 년 전 서울에서 시도로 와, 양조장의 30년 전통을 70년으로 늘려 놓았다. 깨끗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 양조장은 신도에서 시도 가는 다리 건너 머지않아 있다. 752-4020
바다식당 젊은 부부는 일 년 전에 일산에서 신도로 와 식당을 열었다. 사람이 반가웠을까. 추천메뉴에 여행지 설명까지, 친절하고 인심도 좋다. 카페 같은 분위기에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좋고, 무엇보다 음식 메뉴가 다양하고 맛있으며 가격까지 착하다. 신도에서 시도 가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있다. 746-4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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