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을 잇는 길목, 전봇대가 나무로 변하고 가스 밸브함이 양철로봇으로 변하는 동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런 곳이 있었나?”
어느새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칙칙한 회색빛 건물에는 금이 가고,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삐거덕 대는 양철문. 여느 구도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송월동 어느 동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그런 곳이었다.
금이 가고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있던 벽은 꽃밭으로 변하고, 동화 속 주인공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실제로 마을 곳곳에 예쁜 꽃들이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그 전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마지못해 사는 동네에서 살기 좋은 동네로
60대 이상 어르신들의 이 보금자리는 떠나지 못해 남아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2개월 전부터 중구청의 지휘로 시작된 ‘동화마을’ 조성 사업 덕에 이렇게 변신할 수 있었다. 동네 사람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민 강태용 씨는 “좋아요. 노인네들만 사는 동네라 돈이 없으니 고칠 수가 없어 그냥 살아왔는데, 이렇게 해주니 편하고 고맙죠. 손자들이 와도 좋아할 것 같아요. 요즘엔 서울 사람들이 와서 사진도 찍고 가더라고.”라며 이제 곧 변화할 본인의 집이 기대된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김정순(가명)씨는 “너무 깨끗해서 살 것 같아요. 그 전엔 얼마나 칙칙했는지 몰라. 다 쓰러지고 헐어있는 것들을 이렇게 해주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얼마나 보기가 좋아요? 동네 나올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라고 전했다.
가스밸브함을 이용해 만든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나무꾼
오즈의 마법사,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등 이름만으로도 친숙한 동화의 한 장면이 벽을 수놓는다. 동화 속 스토리를 입은 벽은 말을 거는 듯 생생하다.
사실 송월동 동화마을은 아직 미완성이다. 이번 달 말쯤이면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밝게 물들어 활기를 되찾은 송월동의 거리가 얼마나 더 변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어두움에 가려진 빛
벌써부터 ‘송월동 동화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있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 후기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을 찾으면서 그 길목에 있는 이 동네까지 관광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현장소장 배씨는 “워낙 낡아서 칠하기 전에 보수를 해줘야 해요. 도시 미화작업 겸 어르신들 남은여생 편히 보내시라고 하는 거죠. 썩은 나무도 뽑고, 화단에 꽃도 심고. 아무래도 직접 관리하시긴 힘드니까 구청에서 도와주는 거죠. 내가보기엔 잘하는 것 같은데, 신문엔 혈세낭비라고 하니까 속상하더라고요.”
어째서 혈세낭비라는 말이 나온 것일까?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예산 사용문제였다. 중구청에서 타 부서의 예산을 끌어다 쓴데다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기 때문.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방법으로 예산을 사용할 수는 없었을까?
낙후된 동네가 쪽빛 가을하늘보다 빛나는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모두가 웃을 수 있었던 사업이 혈세낭비라는 말에 가려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 푸르고 더 맑은 행정으로 ‘송월동 동화마을’이 더욱 빛날 날을 기대해 본다.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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