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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인천역사

유기견, 길고양이 엄마 아빠로 살아가는 박미연, 우창욱씨 부부


우리집 10남매를 소개합니다.

유기견, 길고양이 엄마 아빠로 살아가는 박미연, 우창욱씨 부부


가족 모두가 모여 가족사진을 찍어보는 게 소원인 가족이 있다. 결혼 12년차 우창욱, 박미연 부부(인천시 중구 중산동)에게는 10남매의 자식이 있다.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여느 집처럼 이들에게 10남매는 삶의 희망이자 기쁨이다.


유기견· 길고양이의 엄마 아빠가 되다

10남매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우창욱, 박미연 부부집을 찾았다. 빽빽 울어대는 아이, 서로 장난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우는 아이들의 고함소리를 각오했지만 집안은 고요하다. 과연 10남매가 사는 집이 맞나 싶다. 

“얘네들이 저희 자식들입니다.”

부부사이 품에 안겨서 꼬리를 흔드는 두 마리의 강아지와 낯선이의 방문을 경계하며 꼬리를 치켜세우고 있는 8마리의 고양이가 바로 그들의 자식이었다.





“강아지가 무슨 종인가요?”

“믹스견이요.”

“아, 그건 어떤 종인가요? 미국에서 온 종자인가요?”

“아뇨, 잡종이라구요. 우리나라 말로는 똥개라고 하죠.”

“아, 네......(침묵)”


살금살금 다가오는 고양이를 보며 또 다시 물었다.

“페르시안인가요? 뱅갈인가요?”

“코리안 숏헤어(Korea Short Hair)입니다."

“아, 네......훌륭한 종을 키우시네요.”(의기소침)

“하하하, 이 고양이 무슨 종 이런 것 없어요. 길고양이에요. 무슨 종류라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라서 키우는 겁니다.”






부부는 두 마리의 유기견과 8마리의 길고양이(길양이)를 키우고 있다. 12년 전 우창욱씨가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당시 이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임신한 길양이가 눈을 깜빡거리며 인사를 하더군요.” 

대사관 관사에 찾아온 임신한 길고양이에게 우창욱씨는 매일 밥을 주었다. 비가 오는 날이든 눈이 오는 날이든 매일 밤 길고양이를 불러 따뜻한 물과 밥을 주었다. 어느 날 어미 고양이는 새끼를 낳아서 우창욱씨 앞에 데리고 나타났다. 그리곤 애들만 놔두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관사 생활을 하던 터라 안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 없었다. 관사 밖에서 우창욱씨는 8년동안 새끼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줬다. 

부부의 안방을 차지하고 꼼짝도 안하고 있는 노인고양이(10살) ‘루시’와의 인연이다. 길고양이의 수명이 2~3년인 것을 감안하면 장수 노인인 것이다.



루시



어느날 ‘루시’의 밥을 주는데 새끼를 밴 고양이 ‘핑코’가 새롭게 나타나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핑코’는 그 후 5마리의 새끼(봉개, 다롱, 주리, 푸스, 아롱이)를 낳았다.

“제 발자국소리만 들어도 밥을 먹으러 나오던 애들을 그냥 두고 올수가 없었어요.”

관사를 나오면서 길고양이들을 데리고 이사 온 사연을 부부는 이렇게 털어 놓는다.


아기 고양이 ‘보름이’와의 인연은 음력 8월 보름(15일)에 만들어졌다. 새끼고양이 우는 소리가 계속 나서 구조신고를 했지만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 까만 봉지에 엉켜있던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집에 데려와 보살폈고 단 한 마리만 살아남았다.

8마리의 길고양이가 식구가 된 사연이다.





두 마리의 개 ‘순’이와 ‘껌’이는 모두 ‘동사랑실천협회’ 유기견 봉사를 가서 만나게 된 녀석들이다. 두 마리 모두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터라 눈치가 빠르다. 스스로 대소변 가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부부의 말까지 다 알고 “순이야, 보름이 어디 있니?”하고 물으면 보름이를 찾아 데리고 온단다.


“저희는 때려가며 훈련시키지 않아요. 나름대로 아픔을 가진 녀석들인데 자유롭고 편하게 지내다 좋은 기억으로 있다가 가면 좋겠어요.”

신문지로 때리며 훈련시키지 않아도 용변훈련에 성공했다. 용변 후 간식을 주면 일주일 안에 용변훈련에 성공할 수 있단다.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된다.

부부는 개와 고양이를 위해 기꺼이 안방을 내주었고 방 한 개도 놀이터로 꾸며주었다. 주방식탁은 고양이들의 손톱 가는 줄이 인테리어를 대신하고 있다. 골프 프로인 부인 박미연씨의 골프채는 고양이의 낚싯대로 재활용되고 있다.

“좋은 가구나 비싼 물건을 살 수가 없어요. 얘네들 덕분에 검소하게 살게 되네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부다.






“사람들도 자식자랑 하잖아요? 저희도 얘네들 자랑거리가 많아요. 목욕시키고 먹이주고 청소하고 같이 놀아줘야하고 할 일이 많지만 저희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들입니다.”

부부의 꿈은 나중에 유기견과 길고양이들의 보호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이 키우기 편하도록 개·고양이의 본능을 없애놓고 길거리로 내몰면 얘네들은 스스로 살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키우다 버렸으니 다시 사람이 거둬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보름이'는 흐르는 물만 먹는다.



부부는 동물을 자유롭게 키운다.



부모는 자식에게 조건없이 사랑을 준다. 우창욱, 박미연씨 부부에게 늙고 병든 유기견, 길고양이들은 아낌없이 주고픈 자식 같은 존재다. 어리고 족보있는 개, 혈통있는 고양이만을 선호하며 자랑하듯 키우는 사람들과 대조적이다.


“개는 우리가 안고 찍으면 되는데 고양이들은 자아가 워낙 강해서요......사진 찍기 싫음 절대 안 찍어요. 그래서 우리가 전체 가족사진을 여지껏 찍지 못하고 있네요. 가족사진 하나 갖는 게 소원이라니까요. 하하하.” 다같이 불러 전체사진을 찍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부부는 웃으며 말한다.





“아이요? 10형제가 우리 자식인데 더 낳음 어떻해요? 얘네들과 여생을 함께 하려구요, 애기는 안 낳을 겁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며 살아가는 부부가 위대해 보였다. 아빠 엄마의 사랑을 먹고 살아서일까? 보기 드물게 이집 강아지, 고양이들은 싸우지 않고 서로 사랑하며 살고 있었다.


(가족소개)

-아빠(우창욱): 전(前)대사관 직원

-엄마(박미연): 골프 티칭프로

-순: 유기견 봉사를 하다 입양한 최초의 개. 무척 순함. 긴 털이 특징

-껌: ‘순’을 키우다 나중에 입양된 유기견. 입양당시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껌딱지’라 부르다 ‘껌’이 됨.

     우리에 갇혀 보신탕집에 팔려가는 것을 지나가던 남아공 원어민 선생이 구출해 보호소에 맡겨짐.

-루시: 노인고양이. 젊었을 땐 저녁마다 나가겠다고 아우성쳤던 철부지 고양이. 방랑벽이 있었지만 지금은 늙어 꼼짝을 하지 않음.

-핑코: 5마리의 엄마고양이

-봉개: 핑코 자식. 꼬리가 번개모양으로 꺾여서 ‘번개’라 불리다 ‘봉개’라는 애칭을 갖게 됨

-다롱: 핑코 자식. 몸이 까맣고 코에 까만 점이 특징

-아롱: 핑코 자식. 몸이 알록달록하여 ‘아롱’ ‘다롱’으로 칭함.

-주리: 핑코 자식. 등에 줄이 있어 ‘주리’라고 함. 쉬크함이 매력.

-푸스: 핑코 자식. ‘장화 신은 고양이(puss in boots)처럼 생겨 이름 붙여짐.

-보름: 태어난지 2-3일 되어 발견된 길고양이. 보름날 발견되었다고 해서 ‘보름’이라고 부름.


이현주 객원기자 o7004@naver.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