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찌든 때를 벗기는 천사는 오늘도 달린다.
우수요양보호사 김순희씨
"하나, 두울. 셋! 으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김순희씨가 힘을 쓴다.
순간 70kg도 넘어 보이는 환자의 몸이 목욕침대로 이동된다. 남자도 하기 힘든 일을 거뜬히 하고 있는 그녀의 직업은 목욕요양보호사다.
거동하기 힘든 어르신, 중증환자를 위해 그녀의 목욕차는 오늘도 달린다. 목욕차에 물을 받고 데우면 어르신 맞을 채비가 끝난다. 남자요양보호사와 김순희 요양보호사, 동료 여자 요양보호사가 팀을 이루어 어르신을 직접 모시러 간다. 휠체어로 이동하는 환자들은 리프트로 욕실까지 옮겨진다. 목욕차량 밖 휠체어가 깔끔하게 변신되어 돌아올 주인을 기다린다.
탕 속 어르신 몸을 불리는 동안 그녀의 손이 바쁘다. 환자의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손과 발을 쉴새없이 주무르자 김순희씨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힘들긴요. 정말 보람되고 재밌는걸요. 지저분하게 오셔서 이렇게 깨끗하게 하고 나가시면 제 기분이 정말 좋아요."
머리는 뭉치고 눈꼽이 가득하던 최순례할머니(74세)가 어느새 뽀얀 새색시처럼 변신해 있다. 어르신 몸에 바디로션을 바르고 드라이로 할머니의 머리를 말리면 목욕 끝~
우수요양보호사로 국회의원 상을 수상한 그녀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영광스런 상을 주셔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3년간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노인장기요양센터 가운데 1년 이상 근무한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우수요양보호사를 뽑는다. 김순희(부평동 큰사랑 노인장기요양센터 소속)씨는 올해 우수요양보호사로 국회의원 상을 수상했다.
힘든 내색 한 번 없이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를 같은 직장 동료 오정화씨(큰사랑 노인장기 요양센터장)는 ‘날개없는 천사’라고 부른다.
“하루는 갑자기 센터에 주말 목욕 요청이 들어왔었습니다. 주말 급하게 들어온 사항이라 그 누구도 일하려고 하질 않았죠. 주말에 목욕 한 건으로 직원을 부른다는 게 너무 미안했지만 요청한 사람도 나름 사연이 있어 순희씨에게 부탁을 했죠.”
오정화 센터장은 집에서 세 번 대중교통을 갈아타고 출근하는 순희(주안동,58세)씨가 주말에 한 건의 목욕 때문에 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김순희씨는 기꺼이 출근하여 한 건의 목욕을 마치고 다시 세 번 차를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갔단다.
봉사정신이 투철하다면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직업
“봉사정신이 가장 중요합니다. 돈을 벌 생각으로 이 직업을 택하신다면 많이 힘드실 거예요.”
가끔 목욕하시면서 변을 보시는 어르신도 계시고 목욕하기 싫다며 손이나 가슴을 물기도 하는 어르신도 계신단다. 내 부모를 섬기는 봉사의 마음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일하기 힘들다는 게 김순희 요양보호사의 설명이다.
그녀의 손에 깨끗하게 씻겨지는 어르신과 장애인은 하루 4명에서 7명 정도다. 여자의 몸으로 힘들만도 한데 매번 환자를 대할 때마다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뭐가 힘들어요? 제가 이렇게 건강해서 어르신들께 목욕 시켜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해요?” 힘들지 않냐는 질문이 무색해진다.
순희씨가 하는 차량목욕봉사는 몸상태가 위중한 경우, 집에 목욕시설이 없는 경우 이루어진다. 일주일에 한 번 목욕이 가능한데 일주일간 양치 세수도 하지 않고 목욕차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많단다.
“어르신의 집에 들어가 ‘목욕하러 갑시다~’라고 말하면 일주일 내내 손에서 놓지 않고 꼭 쥐고 있던 목욕카드(목욕 횟수를 체크하는 카드)를 제 손에 넘겨주고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어르신들이 계세요.” 그럴 때마다 순희씨는 보람을 느낀단다.
“저를 기다려주시는데 어떻게 안갈 수 있어요. 자식들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김순희’라는 세 글자는 기억해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이렇게 행복하게 일하고 있지요.”
그녀가 일하는 반 평도 안 되는 차량은 뜨거운 온수 열기로 후끈후끈하다. 조금 움직여도 땀이 흐르는 좁은 공간에서 그녀는 한 환자에 한 시간을 할애해 몸을 씻긴다. 땀이 비오듯 내리지만 그녀의 밝은 미소는 흐르는 땀방울도 지우지 못한다.
가정의 달 5월에도 신문에는 자식이 부모를 폭행했다는 기사가 한 면을 채우고 있다. 제 부모도 병들고 돈 없으면 버리는 비정한 세상에, 자신의 몸을 던져 어르신들의 몸을 닦이고 그것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날개없는 천사가 인간 세상에 살포시 내려앉아 살고 있었다.
이현주 객원기자 o7004@naver.com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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