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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여행·명소

BOOM~ 거대한 맘모스, 추억으로 남다.




1970년대 인천의 랜드마크가 사라졌다. 인천 어느 곳에서도 그 웅장한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던 맘모스체육관이 흔적을 감췄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러 왔던 곳. 홍수환선수가 땀을 흘리고 수많은 체육인들과 인천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맘모스체육관이 40년의 시간을 뒤로 하고 단 10초만에 먼지가 됐다.





지난 3일, 1973년 동양최대의 체육관으로 건설된 인천선인체육관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사람들이 인천대와 청운대로 모였다. 맘모스체육관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선인체육관은 인천사람들에게 자부심이었다. 

2012년까지 건재했던 맘모스체육관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체육관의 돔은 이미 흔적을 감췄고 강의동인 A, B동만이 남아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다. 장례를 치를 준비를 하듯 양 건물의 하단은 흰 부직포가 감쌌다. 마지막 장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발파시간보다 미리 와서 좋은 자리를 잡으려 움직인다. 


오후 5시.

카메라 삼각대를 줄 지어 놓고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추억을 나눈다. “축구. 야구만 빼고 다한다던 체육관이 허무하게 사라지네.” “홍수환 선수가 왔을 때도 갔었죠.” 저마다 카메라들 들고 문상 온 하객들처럼 맘모스체육관에 담긴 추억을 풀어 놓는다.




사진 중앙, 홍석진 씨



홍석진(인천사진작가협회 부지회장. 56세)은 “중학교를 이곳 선인에서 나왔어요. 체육대회도 저 맘모스체육관에서 했죠.”라며 ‘즐겁게 사진만들기’팀과 체육관의 마지막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중국집 배달원을 불러 세운다. 이들은 이곳에서 짬뽕과 짜장면을 시켜 먹으면서 맘모스체육관이 사라지는 그 시간을 기다릴 계획이다.

오후 5시 30분.
청운대학교 건물 뒤는 벌써부터 취재열기가 뜨겁다. 취재를 하려는 각 방송사들의 차량이 줄지어 있다. 어느 종합편성 채널은 생중계를 약속했다. 또, 청운대학교 입구에는 ‘선인체육관 발파해체 견문장소’가 일반시민들과 취재진에게 안내되고 있다. 
청운대학교 본관 앞에는 경찰과 의경들도 집합되어 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긴장하고 있다. 이들이 발을 맞추어 이동을 시작한다. 





오후 6시.

맘모스체육관을 보기 위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많아진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이들의 시선은 모두 맘모스체육관에 고정됐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맘모스체육관을 보며 이야기를 주고  받으신다. “우리집이 저기예요.” 어르신들은 서화초등학교 맞은편을 가리킨다. “옛날에 누가 우리집을 물으면 맘모스체육관 근처라고 말했지. 그럼 다 알았으니까. 맘모스체육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곳저곳에서 맘모스체육관에 담긴 추억들이 되새김질되고 있다.





오후 6시 30분.

청운대학교 옥상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먼저 와서 좋은 자리를 잡고 있다. 카메라의 삼각대는 주인 없이 놓여 있고 철망에는 가방이 걸려있다. 자리쟁탈전에 앞서 미리 점찍어 놓은 것이다. 더위를 피해있는 사람들은 작은 그늘에 몸을 숨기고 카운트다운을 기다린다.








유난히 하늘은 맑다. 구름은 몽실 몽실 하늘에 퍼져 웅장하다. 맘모스체육관이 더욱 거대하게 느껴진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청운대 난간을 빼곡히 채운다. 발파시간은 오후7시로 예정됐다. 시간에 맞추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오후6시 55분.

싸이렌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잠시 후 호루라기 소리가 시끄럽게 공간에 퍼진다. 도로 위를 달리 던 자동차들도 갓길에 멈춘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과 카메라 렌즈의 시선은 맘모스체육관에 멈췄다. 맘모스체육관 바로 아래에서 발파를 진행하려던 사람들이 뛰기 시작한다. 막아놓은 입구를 뚫고 일반사람이 체육관으로 들어서려는 것을 진압하기 위해서다. 긴장 속 난동은 잠시 후 안정을 찾는다.

발파 예정시간인 오후 7시가 이렇게 지났다. 숨을 죽이고 기다리던 사람들의 초조는 계속 진행된다. 그리고 조용히 시간은 계속 흐른다. 또 다시 싸이렌 소리와 호루라기 소리가 반복된다. 취재진 중 한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고 발파,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오후 7시 25분.

‘BOOM~’









거대한 맘모스체육관의 오른쪽 건물이 안쪽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건물 하단에 불꽃이 번쩍이면서 이내 거대한 몸집이 연기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왼쪽의 건물마저 주저앉기 시작한다. 소리는 요란하지도 않다. 그저 조용히 바다 속에 침몰하는 여객선처럼 그렇게 사그라  들고 있다. 연기처럼 피어오르던 먼지 속에서 새들이 날개 짓을 하며 하늘로 하늘로 올라 날아간다. 구름과 먼지가 마치 하나인 듯 하늘에 퍼진다. 









10초. 단 10초 만에 40년의 시간과 무게를 간직한 맘모스체육관이 잔해로 내려앉았다. 지상13층의 강의동은 구조물의 한쪽 끝부터 순차적으로 붕괴는 점진붕괴공법으로 진행됐다. 사람들은 건물을 삼킨 먼지가 맑아질 때까지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한다. 

장회숙(57세)씨는 그 현장을 한참을 내려다본다. “건물이 사라지고 나니 어렸을 적 동네 모습이 그대로 보이네요. 참 가슴이 뭉클해지네요. 이렇게 맘모스체육관이 사라지네요. 참...”

이제, 맘모스체육관은 사람들의 스마트폰 속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추억이 됐다. 





맘모스체육관이 있던 자리는 앞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상업, 업무, 문화, 주거, 교육의 복합기능을 도입한 건축물 등이 들어서게 된다. 


김민영 객원기자 gem0701@hanmail.net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