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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인천/여행·명소

50년의 추억, 송림솜틀집

 

 

헌 솜 줄게, 새 솜 다오
50년의 추억, 송림솜틀집

 

'위잉~ 딸까가각…….'
돌아가는 솜틀기계. 뿌옇게 묵은 솜먼지를 턴다.
묵은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헌 솜은 새 공기와 새 빛을 받아들인다. 방금 샤워를 마친 솜이 보송보송하다. 발가벗겨진 몸은 새하얀 솜싸개를 입으면서 주인 만날 채비를 마친다.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 왕년엔 한 인기 하던 솜틀기계도 이젠 찾는 이가 많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돈다. 아직은 옆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강산이 5번 정도 변하는 동안에도 이 자리는 여전히 '솜틀집'이다.

 

 

 

 

"어서 오세요..."
남편과 함께 이불 집과 솜틀집을 운영하고 있는 권영일 사장이다.
"요즘이요? 많이 어려워졌죠. 불경기인데다가 솜이불 사용하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권영일 사장


그녀의 말대로, 요즘은 마이크로 화이바, 극세사 등의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이불이 보편적이다. 침대가 보급되면서 솜이불을 깔고 자는 사람도 드물다. 그런데도 솜틀집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솜틀집이 있다는 것은 '청년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권영일 사장 부부는 전 주인의 건강 문제로 문을 닫을 뻔했던 이 집을 5년 전부터 인수받으며 이곳에서 50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사라지는 직업이죠. 이 일대에 있던 솜틀집도 다 문을 닫고, 저희만 남았어요."
솜틀집이 사라지다보니 손님들도 솜틀 일이 쉽지가 않아졌다. 간혹 손님들이 와서 '요새 솜틀 곳이 없는데 잘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반가워할 때면 어려운 실정에도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수원, 안산, 서울처럼 먼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 믿을만한 솜틀집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언론에서 '재생솜'으로 바꿔치기하는 ‘비양심 솜틀집’을 난도질 한 적이 있다. 그런 집들은 대부분 수거 후 '솜틀공장'으로 보내지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으로 솜틀집을 검색하면 송림동만 해도 꽤 많은 솜틀집이 나오는데, 막상 가보면 현대시장의 이곳이 솜틀기계를 돌리는 유일한 곳이다.

 

 

 

 

"눈앞에서 솜을 틀지 않으니 확인할 길이 없죠. 저희 집에 오신 분 들 중에 재생 솜으로 바뀌어서 오신 분들도 계세요. 어떤 분은 바뀐 줄도 모르고 '좋은 솜'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계신데, 안타깝죠.."

 

 

눌러버린 헌 솜

 

 

보송보송한 목화솜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솜틀집의 조명이 밝다. 예전만큼 찾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는 '단골'이 있다. 물론 솜틀 일은 몇 년, 혹은 몇 십 년의 한 번이라 단골이라 해도 몇 해가 지나고야 찾아오는 단골이지만.

"여든이 넘은 할머님들이 솜을 맡기면서 그러세요. '시집올 때 좋은 솜으로 해 온 거니 잘 부탁한다.'고. 솜도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삭기 마련인데, 그 분들께는 새 솜보다도 더 소중하고 좋은 솜인 거죠.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동고동락해온 추억의 물건이니까요."

 

 

 

 

솜틀집이 아직까지 존재하는 이유. 앞으로도 있어야 할 이유다. 이곳은 단순한 솜틀집이 아닌 추억을 되살려주는 고마운 곳이다.
권영일 사장은 말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거예요. 나이 들었다고 그만두어야 하는 일도 아니잖아요."

 

차지은 청년기자 minsable@hanmail.net

 

자료 : 인천광역시 인터넷 신문